[세계를 보다]‘평양-서울’ 75초…불붙은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

2021-12-12 29



오늘 세계를 보다는 정말 눈깜짝할 사이 날아가 버리는 미사일 얘깁니다.

최근 중국도 러시아도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덩달아 북한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 만일 실전 배치가 되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75초입니다.

사드같은 방어체계가 무너진단 겁니다.

미사일이 전 세계를 다시 냉전시대로 돌려놓는 걸까.

한수아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러시아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지르콘'이 하얀 불빛을 내뿜으며 '고르쉬고프' 호위함에서 발사됩니다.

음속의 9배 속도로 날아간 '지르콘'은 백해 해상에 띄운 400km 밖 표적에 명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마하 9 이상의 해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했고, 내년 초에 실전 배치할 겁니다."

지난 2018년, 마하 6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활공체 '싱쿵-2'의 시험 비행에 성공한 중국은 2019년엔 마하10의 '둥펑-17'을 열병식에서 공개했습니다.

올 여름엔 핵무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미국을 자극했습니다.

[왕원빈 / 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10월)]
"초음속 미사일 무기 개발에 뛰어든 첫번째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래놓고 중국의 이번 시험발사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위협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통상 마하 5 이상이면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하는데 마하 5는 시속 6200km 정도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1분 15초 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은 대기권 밖까지 나갔다가 목표물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타격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처음에는 ICBM처럼 높은 고도로 발사됐다 대기권 진입 후에는 비행기처럼 낮은 고도로 날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지상과 해상의 목표물을 공격합니다.

비행 중 궤도를 변경할 수도 있어 요격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엔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북중러가 모두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 셈인데, 이렇게 되면 사드 같은 미사일 방어 체계는 단숨에 무력화될 수도 있습니다.

[제임스 액턴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국장]
"극초음속 무기의 차별점은 속도 자체가 아닙니다. 속도와 장거리에서의 기동성을 한번에 갖췄다는 게 바로 차별점이죠."

미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자칫 우주 경쟁에서 옛 소련에 주도권을 내줬던 '스푸트니크 순간'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파리드 자카리아 / CNN 앵커]
"미국이 다시 한번 '스푸트니크 순간'을 맞이한 걸까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중국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냉전시대 당시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와 비교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2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마하 20의 '애로우'를 몇 년 안에 실전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마하 27로 알려진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맞서 10분 이내에 지구상 모든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전략폭격기에 탑재하려는 겁니다.

문제는 전세계 미사일 개발 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미국을 등에 업은 대만을 향해 툭하면 전투기를 띄우며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군사동맹 '나토'에 가입하는 걸 막기 위해 접경 지역에 병력 10만 명을 배치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초음속 무기 기술의 상호증강을 피해야 합니다. 불량 국가들 뿐 아니라 정상 국가들도 동참하면서 역내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동서 신냉전 구도속에 자칫 작은 불씨가 분쟁 지역, 화약고로 옮겨 붙지 않을 지 전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한수아입니다.

영상편집: 김문영



한수아 기자 sooah72@donga.com